어제(10월 20일)였죠. 카카오가 고급택시를 온디맨드로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택시 블랙’을 공개했습니다.
카카오는 벤츠 E클래스 등 3000cc급 고급 차량 약 100대와 하이엔의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한 200여 명의 기사로 시범 서비스 운영을 시작한다. 검증된 전문 기사들이 승객 맞이, 승·하차 안내 등 고품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 내부에는 승객을 위한 생수, 휴대폰 충전기 등 편의 물품이 비치된다. 호출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은 카카오택시 앱 하나로 간편하게 이뤄진다. 기본 요금은 8000원 수준이며, 카카오 자체 개발 미터기를 통해 거리시간 상호병산제로 계산된 요금이 최종 부과된다. 현재 요금 수준은 서울시와 협의 중이며 확정된 금액으로 서울시 신고 후 적용할 계획이다. 결제는 카카오가 독자 개발한 카카오페이 자동결제 모듈을 이용한다. – 국내 최초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 공개(보도자료)
정리하면 세단급 외제차를 기본 요금 8000원에 부를 수 있는 고급 택시를 모바일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만들어졌단 의미입니다. 한 가지 더. 결제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만으로 해야 합니다.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은 “비즈니스부터 일상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고급택시를 필요로하는 이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택시 산업 전반의 수요층 확대 및 다변화에 기여하고, 카카오택시를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수익 모델로 안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수익 모델, 첫 번째 수익 모델, 첫 번째 수익 모델 …
이라는 점이 인상적이군요. 그렇다면 카카오는 왜 고급 택시 서비스를 출시했을까요. 두 가지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첫번째는, 택시에 대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 이용자에게 곧바로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승차거부와 콜 거부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가 내놓은 대안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택시 업체가 기사를 정식 고용해 완전 월급제 형태로 운영한다. 월 300만 원 정도의 정해진 월급을 받는 카카오택시 블랙 택시 기사들은 실적과 사납금으로부터 자유롭다. 당연히 승차거부 및 콜 거부를 할 이유가 없다. 사용자의 목적지가 어디든 간에 친절하고 정성껏 데려다 준다. – 왜 카카오택시 블랙인가?(IT동아)
카카오택시는 우버와 달리 콜 거부 권한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늦은 저녁 시간에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죠. 앱에서 아무리 콜을 때려도 반응이 없으니까. 하지만 카카오블랙은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합니다. 마치 로켓배송을 하는 쿠팡맨처럼 직접 고용된 택시 기사들이 친절함을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만약 이유가 이것 하나였다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두번 번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깃 고객.
카카오 측은 비즈니스 목적, 혹은 외국인의 국내 여행 시 주로 카카오택시 블랙을 사용하게 될 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Q. 주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
“비즈니스 고객이다. 이벤트, 기념일, 관광 용도로도 많이 쓰일 것 같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쿠폰 지급으로 가격 부담을 줄이도록 하겠다.” – [일문일답] 카카오 고급택시 “연말까지 200대 운행”(뉴시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카카오택시 블랙과 비슷한 타깃 고객을 갖고 있는 우버 블랙, 모범택시의 주 고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날 우버 택시를 운행한 김모(50) 씨는 우버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작년 5월께부터 우버 블랙 운전사로 일해 온 고참급 운전사였다. “거의 모든 손님들이 상위 10% 이상의 부유층”이라는게 김 씨의 말. 청담동의 고급 빌라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고소득 전문 직종 종사자들, 교포나 해외 유학파들, 연예인 등이 주요 고객층이라고 한다. 고객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김 씨는 ‘100%’라고 단언했다. – [우버 세상을 바꾼 혁신의 힘] 터치 한 번이면 말쑥한 기사가 고급 서비스(한경비즈니스)
모범택시를 볼까요.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지역 모범택시의 숫자는 1727대입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모범택시 중에 외제차도 많이 있었지만, IMF 이후 거의 볼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죠. 그만큼 부유층을 겨냥한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이들 모범택시 기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나 고급 주택 단지를 돌며 승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 블랙이 갖고 있는 친절함, 그리고 차량 내부에 승객을 위한 생수, 휴대폰 충전기 등 편의 물품을 비치한 프리미엄 역시 부유층을 공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가 합쳐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지난 2014년 9월 출시한 카카오페이의 실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1년간 5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총 결제건수는 1000만건, 카카오페이 가입자 중 여성의 비율은 60%, 20대가 전체의 46%를 차지했습니다. 갤럭시S6 이상의 기기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가 한 달 만에 60만 명 가입자를 모집한 것에 비교하면,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즉, 카카오페이에 당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사용자 경험(UX)과 로열티입니다. 이를 부유층부터 먼저 도입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까 생각했습니다. 우선 카카오페이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과 맥 컴퓨터, 그리고 카플레이가 북미 시장의 고연봉자를 타깃으로 하며 고급화에 성공했던 전례도 있죠.
카카오페이가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면 온오프라인 상거래 분야에서 고급화된 브랜드의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유층이 주로 이용하는 매장들 역시 카카오페이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마침 카카오페이도 올해 내로 오프라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죠. 올해 초 만났던 류영준 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장이 저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올해 목표는 사용성 강화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선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것이 단기 목표입니다. 바코드 형태로 결제할 수 있는 형태로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NFC를 이용한다면 판매시점관리서비스(POS)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지만, 바코드는 기존 단말기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상반기 중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카카오택시 블랙은 카카오페이의 온오프라인 전략과 함께 고려해야 할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두 서비스가 맞물려 있는 핵심에는 고급 브랜딩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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