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공을 차다가 배달 음식 시켜서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있을 것 같나. 한국 이외에는 없을 거다. 한국은 도시의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배달 앱과 같은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이 클 거라고 봤다.”
이재현 골드만삭스 상무가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한국 O2O 시장의 매력을 발견했다고 이같이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1월 자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에 약 4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의 10대 도시와 한국의 10대 도시 인구가 비슷하다”며 “이런 부분이 투자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맥스서밋 2015에서는 이재현 골드만삭스 상무를 비롯, 미국 VR(가상현실) 기업인 오큘러스에 투자한 뒤 페이스북 인수로 10배 가까운 투자 수익을 얻은 포메이션8의 이진만 총괄이사, 실리콘밸리 전문 투자사 트랜스링크캐피탈의 허진호 지사장이 참여해 ‘사모펀드와 빅펀드 VC가 보는 스타트업 투자의 매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전문 투자은행으로 국내에서는 씨앤앰(C&M) 투자와 하나금융그룹의 지주회사로 참여한 바 있는 사모펀드다. 포메이션8은 2012년에 설립된 비교적 젊은 투자 전문 회사로,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아시아 시장과 연계하는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트랜스링크캐피탈 역시 본사를 실리콘밸리에 두고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아시아 시장과 연결하는 일을 하는데, 다른 점은 한국에 독립된 펀드를 만들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곳 모두 한국 시장과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국내 VC 대부분은 씨드(Seed) 투자나 시리즈A 투자와 같이 비교적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이 많다. 초기 투자사에서는 창업자의 인성이나 외모부터 세세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의 대상이다. 그만큼 초기 스타트업은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적다. 맥스서밋에서 열린 스타트업 VC들의 세션에서 대부분의 투자 책임자들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어려움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그렇다면 후반 투자를 많이 하는 골드만삭스와 포메이션8은 어떤 점들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될까.
이재현 상무는 경영진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답했다. 그는 “예상 외로 경영진들은 향후 시장의 방향성이나 규모 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만 이사는 “초기 투자의 경우라면 경영진과 팀원들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고, 그에 대한 성과가 어땠는지가 중요한 평가의 잣대가 된다”며 “좀 더 높은 스테이지에 있는 회사라면 확장성이 얼마나 되는지 본다. 사업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해당 시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등”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IT나 모바일 영역에서는 해당 회사에 보유한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지 평가한다”고 답했다. 순식간에 카피켓(Copycat)이 쏟아지는 인터넷/모바일 업계에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리즈 A 투자를 주로 하는 트랜스링크캐피탈 역시 확장성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았다. 허진호 지사장은 “우리가 보는 확장성은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고, 얼마나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며 “또 하나는 팀의 실행력인데, 단순히 개발에서 끝나지 않고 비드(Bid)를 조율하는 능력이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걸 해결하려는 의지 등이 모두 실행력”이라고 말했다. 창업자나 팀의 학력은 보지 않는 것도 트랜스링크캐피탈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엑싯(Exit, 투자 회수)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재현 상무는 “투자가 있으니 엑싯은 당연한 것”이라고 운을 뗏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자체 펀드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에 엑싯을 바라보는 시간이 최대 10년으로 긴 편”이라며 “대부분 IPO(기업공개)를 통해 엑싯을 하는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포메이션8은 투자한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철학을 중시했다. 이진만 이사는 “될 수 있으면 단기간에 엑싯하는 건 지양하는 편”이라며 “둘이 함께 엑싯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를 키운 뒤 적절한 시기에 M&A(인수 합병)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허진호 지사장은 한국과 외국의 엑싯 문화가 많이 다름을 비교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 M&A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국내가 아닌 글로벌 엑싯으로 시야를 넓혀 해외 기업의 M&A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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