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MCN(Multi Channel Network)의 현재와 난제에 대한 글을 쓴 적 있다. 거대 플랫폼과 매스미디어의 공격적인 진출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MCN의 등장으로 방송 패러다임의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각종 TV 방송에 인터넷 BJ들이 출연하고 있으며, MBC에서는 아예 라이브 방송의 콘셉트를 가져온 ‘마이리틀텔리비전’이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본격적인 인터넷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1인 창작자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연예인들이 인터넷 방송에 등장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과연 MCN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공습을 이겨낼 수 있을까.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모바일 콘퍼런스 ‘맥스서밋’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후 ‘MCN, 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션에는 라이브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신병휘 본부장, 게임 전문 MCN 샌드박스의 이필성 대표,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 그룹인 비디오빌리지의 조윤하 대표, 뷰티 전문 MCN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가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아프리카TV와 유튜브,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들이 팬덤을 형성하면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대로 연예인들도 인터넷 방송으로 빠르게 넘어오고 있다. 아프리카TV에서는 연예기획사와 협력을 통해 연예인들의 인터넷 방송 참여를 제공하고 있고, 네이버는 V앱이라는 서비스로 연예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연예인과 1인 창작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필성 대표는 연예인들의 인터넷 방송 진출이 1인 창작자들과 경쟁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대표는 “전체 비디오 파이에서 인터넷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인터넷 방송으로 넘어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기존 TV 방송과는 다르게 인터넷 방송은 콘텐츠를 유통 구조가 개방적이라서 1인창작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인터넷 방송 콘텐츠의 주된 소비자인 10대가 연예인과 1인 창작자가 등장하는 영상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도 인터넷 방송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인 창작자가 만든 영상 콘텐츠가 기존 TV 방송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는데, 10대 시각으로 보면 주류 미디어에서 만든 것만이 메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1인 창작자의 역량이 연예인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는 “1인 창작자는 연예인이 아니다”며 “PD, 작가, 편집자, 광고영업 등의 역할을 모두 혼자 하는 게 1인 창작자인데 유명해지고 싶다는 목적은 같지만 뭘 해서 유명해질 것인가라는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MCN의 콘텐츠 제공자인 ‘크리에이터’의 가장 큰 요건은 지속성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사실 연예인이 등장하면 제일 위험한 분야가 뷰티이지만 그들이 인터넷 방송에 등장하는 게 두렵지 않다”며 “1인 창작자로 성공하려면 끈임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올려야 하는데, 연예인이 그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속성을 갖는 연예인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연예인은 마케팅에 그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병휘 아프리카TV 본부장은 “대중 매체는 1명이 몇 천만명을 만족시키는 것이고 인터넷은 취향저격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존 매체와는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