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정주용 경영투자칼럼니스트

10월 31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마켓컬리 본사에서 김슬아 대표 이사를 만났습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두시간에 걸친 시간을 내어주셨는데요. 전날 밤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식재료로 직접 샌드위치와 해독주스, 커피, 카스테라 등을 대접해줘서 더 즐거웠네요.(건강해지는 느낌?!)

마켓컬리 본사는 회사가 추구하는 건강하고 신선한 식재료와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듯이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은 인테리어의 주방과 식당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흥미로운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항상 그렇듯 개인사가 제일 재미났는데요. 엄친아 포스의 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 김슬아 대표의 반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미국 명문 대학 재학시절 온라인 쇼핑사업을 했다가 망한 뒤, 채무에 시달리다 돈 많이 준다는 골드만삭스에 취직해 빚 상환하려고 야근을 했다고.

이후 세계최고의 컨설팅 회사 맥킨지를 거쳐서 싱가폴 국부펀드 테마섹에서 일하면서 줄곧 자신만의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었다고 합니다.

창업을 구체적으로 꿈꾸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온 시간은 4년. 지금은 비록 창업 반년차 새내기지만 누구보다 진지한 열정과 진심어린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뚜렸한 비전이 느껴졌습니다.

컬리의 미래가 밝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창업가의 순수한 열정과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비스에서부터 느껴지던 완벽을 추구하던 섬세함의 비결이 궁금했는데, 실제 창업가를 만나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역시 스타트업은 창업가를 봐야 보인다!”

토요일 아침에 패스트캠퍼스 수업을 마치고 힘든 발걸음으로 찾아온 기업방문이었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마켓컬리, 신선식품 업계의 O2O 리더로 쭈욱 돌진 앞으로!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1. 마켓컬리의 꿈과 비전

Q : 컬리가 꿈꾸고 현실로 만드는 삶은?
A : 퇴근 후 저녁에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원터치로 매일 먹을 “신선제품”을 좋은 가격에 소량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바로 내 집 문 앞에 산지에서 바로 올라온 신선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삶입니다.

Q : 변화시키고 싶은 현실은?
A : 주말, 교통체증을 뚫고 마트에 차를 몰고 가서 주차대란을 치른 후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 입고 된지도 모르는 상품들을 일주일치 대량으로 비싼 값을 주고 사서 돌아오는 현실을 O2O 서비스를 통해 바꾸고 싶어요.

Q : 컬리의 비전은?
A : 우리나라의 주부들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가지 않고 마켓컬리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식료품을 사는 것. 컬리로 인해 우리 모두가 더 이상 주말을 마트에서 보내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여가를 위해 보낼 수 있는 그런 삶!

#2. 식료품 반나절 로켓배송의 비결

A: 반나절 배송의 비결은 저녁시간에 있습니다. 저희는 배송을 밤에 하는데요. 야심한 밤에는 차가 안막힙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심리적 시간’이에요. 마켓컬리 창업 초기부터 배송을 밤에 해야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시간 대비 심리적 배송 시간이 가장 짧게 느껴지는 시간대가 밤이기 때문입니다. 새벽 배송은 “보통 사람은 밤에 잠을 잔다”는 아주 상식적인 진리에서 시작된 거죠.

10시쯤 주문하고 일어났더니 문 앞에 제품이 와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대낮에 2시간 배송을 하는게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면 야밤에 배송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한번 경험해보세요. 밤에 주문하고 새벽에 배송되면 정말 눈깜짝할 사이로 느껴진답니다~ (깨알자랑!)

 

#3. 마켓컬리의 제품 선정과 제품공급 업체와의 관계 맺기 비결은?

A: 제품 선정을 할 때 저희의 주요 고객 층인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주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분들의 경우 전 세대에 걸쳐 가장 식문화에 관심이 많고 또한 다양한 식재료를 원하지만, 기존 유통 채널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 답답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이들은 식품 해외 직구, 공동 구매, 산지 직송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면서 기존 유통 채널이 제공하지 않는 재료들을 구했고, 또한 생활 패턴 자체도 이전 세대와는 달라 요리는 하지만 간편한 요리, 쉬운 요리를 하는 세대입니다.

타겟 고객의 취향에 잘 맞는 큐레이션을 위해 적어도 10년 경력의 식품 전문 MD, 전문 셰프, 주부 출신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함께 제품을 선정합니다. 이 멤버들이 대부분 저희 타겟 고객들과 동일한 연령대이고 본인 스스로가 음식을 매우 좋아하면서 다양한 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음식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이라 이분들의 뷰(View)가 가장 중요하고요, 이 분들이 선정한 제품을 객관적인 리뷰를 위해 실제 주부들이 요리하는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 본 후 시식을 합니다.

 
카스테라와 커피. 역시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것들.

시식까지 통과하게 되면 저희 내부 위기관리위원회(Risk management committee)에서 일반적인 유통 업체들이 하는 제품과 공급자에 대한 실사를 합니다. 가격과 공급 안정성을 위한 공급자의 납품 경력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형 유통업체와는 달리 저희는 경우 공급자의 의지와 제품에 대한 애정, 그리고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만약 이것이 저희 기준에 맞다면 저희가 패키지 디자인, 브랜딩, 그리고 심지어는 제품 자체의 품질 개선을 위해 생산 설비에 일부 공동 투자하기도 합니다. 이는 좋은 생산자를 발굴해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주고 가능하다면 브랜딩, 마케팅을 도와드려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저희의 의지 때문인데요. 이러한 저희 마음을 알아주셔서 인지 저희의 핵심 공급사들은 대부분 온라인 판매를 최초로 저희와 함께 해 주신 곳들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생산을 제외한 상품화를 위한 모든 활동 특히 브랜딩과 마케팅 같은 활동을 저희에게 일임하신 후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어 굉장히 좋아해 주고 있으세요(웃음).

#4. O2O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A: 얼마 전 정주용 칼럼니스트께서 쓰신 O2O의 한계는 오프라인에 있다는 말씀에 격하게 공감해요. 온라인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반짝하고 생겨나지만, 오프라인은 결국 고통스런 땀흘리는 작업이 필요하지요. 저희가 추구하는 신선제품은 오프라인에서도 손이 많이가고 재고관리가 가장 까다로운 편에 속해요.

O2O에서도 이러한 오프라인의 어려움은 그대로 존재한다는걸 요즘 주문이 급증하면서 절절히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규모 있게 서비스 제공 지역(현재는 서울/경기 지역 only), 제품수도 늘리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의 문제점들인 제품 검수, 신선도 유지, 재고관리 등의 오프라인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 시간과 경험치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O2O의 어려움은 바로 오프라인에 있겠지만, 이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거꾸로 그 오프라인의 어려움이 바로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요.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각종 티들.

#5. 앞으로 중단기적 목표는?

일단 서울, 경기를 넘어 서비스 지역을 부산까지 넓히고 싶어요. 부산도 상당히 큰 시장이고, 이미 많은 잠재 고객분들께서 부산으로 서비스 확장을 요청하고 계셔요. 저희가 그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죄송할 뿐이죠. 하지만, 서비스 품질에 확신이 없다면 섣불리 덤벼들지 않을 생각이에요. 첫인상이 중요하고, 한번 실망한 고객을 다시 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 마켓컬리 홈페이지 링크 >
http://m.market.kurly.com/

< 마켓컬리 고객 체험수기 >
http://m.blog.naver.com/duboo23/220513535079

<팀 소개>
김슬아 대표: 미국에서 대학 졸업후 Goldman Sachs (HK), McKinsey (HK), Bain & Company (Korea), Temasek (Singapore) 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마켓 컬리를 창업. 대학 졸업 후 일하는 내내 요리를 배우고 다양한 식재료를 경험하며 Grocery shopping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일 정도로 Grocery를 좋아하기 때문에 현재도 MD팀 head를 겸직.

박길남 전략이사: 미국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후 Bain & Company (Korea)에서 근무하면서 주로국내 유통 대기업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재고관리, 배송관리 등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국내 대기업들의 온라인 사업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컬리에서는 전략 외에 운영 지원을 맡고 있음

개발팀: 마켓컬리의 개발팀은 단단한 팀워크를 통해 7인이라는 소수 인원으로 2개월만에 마켓컬리의 서비스와 인프라 개발 전체를 구축했다. 핵심은 린스타트업(Lean Startup)과 오픈소스 활용.

물류팀: 국내 최초, 최대의 콜드체인 새벽배송 업체 데일리쿨이 물류팀의 전신. 11시까지 주문 시 7시까지 배송하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배송 서비스는 지난 10년간 동일한 시간대에 배송을 해 보았던 데일리쿨 현 물류팀의 노하우와 배송 기사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

마켓 컬리 MD팀

마케팅팀: 쿠차, 위메프 등에서 경험을 쌓은 숙련된 마케팅팀원들이 근무 중.

CS: CS팀원 전원은 프리미엄 신선식품업체인 풀무원/올가 CS 상담원 출신으로 구성

필자 소개
정주용
대기업 재무팀 (‘12.11~현재)
SV Investment / Global Biz. Div. / Principal (~’12.10)
IBK투자증권 Head of China Desk (~’11.11)
Xinhua Capital, Senior Manager (~’10.10)
신영증권 투자금융부 중국팀
“人能弘道,非道弘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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