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Multi Channel Network. 유튜브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수익을 내는 채널이 많이 생기자, 이들을 묶어 관리해주는 곳이 생긴 것이 출발이다. 여러 유튜브 채널이 제휴해 구성한 MCN은 일반적으로 제품, 프로그램 기획, 결제, 교차 프로모션, 파트너 관리, 디지털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판매 및 잠재고객 개발 등의 영역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중 채널 네트워크를 뜻한다. 쉽게 말해서 채널들끼리 계약을 맺는, 연예인으로 치자면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 같은 개념이다.” – 위키백과
MCN은 세계적으로 화두인 키워드입니다. 미디어 리서치 회사 암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톱100 MCN들의 자산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8050억 원)에 이릅니다.
심지어 미국 10대 청소년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스타보다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MCN 스타를 더 잘 안다고 합니다.
“연예 전문매체 버라이어티가 미국 10대(13~17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인기스타를 조사한 결과 1위부터 5위까지 상위권은 모두 유튜브 스타가 차지했다. 유튜브 스타들은 톱5 장악 뿐 아니라 10위권 안에는 6명, 20위권 안에는 무려 10명이나 포진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 美10대들 “연예인보다 유튜브스타가 좋아”(아이뉴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MCN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양띵, 대도서관 등 구독자만 1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스타’들이 나오고, 이들을 매니징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죠.
“대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멀티채널네트워크(MCN)업체는 인기 BJ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MCN은 BJ에게 프로그램 기획, 광고주 유치, 저작권 관리 등을 지원하는 에이전시다. 트레져헌터는 양띵이 이사 직함을 달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MCN 브랜드 ‘다이아TV’를 선보인 CJ E&M은 유명 BJ 대도서관이 설립할 법인에 지분 투자와 함께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했다.”- ‘대도서관’ 모른다고? 연예인 안부러운 ‘1인방송 시대’(머니투데이)
그리고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곳들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죠.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해 정리하는 기사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모델에 많은 관심, 혹은 우려를 비추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웃스탠딩에서 잘 정리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늘 길잖아?
아…아닙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MCN의 국내 열풍에 대해 ‘왜?’와 ‘어떻게’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MCN이 미국에서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대답부터 하면 ‘가능하다’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할 치명적인 난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텔레비전 스타들이 시장이 무르익기도 전에 MCN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성은 오는 30일 네이버 V앱을 통해 ‘안심 귀가 서비스’ 방송을 한다. 팬 중 한 명을 선정해 집에 데려다주는 ‘심쿵’ 팬서비스다. 앞서 지난 2일 지드래곤이 ‘일 더하기 일은 지용이-우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로 팬들과 소통했으며 9일에는 멤버 태앙이 ‘태양의 지금 먹으러 갑니다’를 진행했다. 이날 태양은 직접 팬 집에 방문해 화제를 모았으며 탑은 16일 세 번째 주자로 나서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매력을 뽐냈다. 또 승리는 23일 ‘승리의 해주세요-승리세요’를 진행하며 ‘비글미’를 뽐냈다.” – [V앱] ‘마지막 주자’ 대성, 이번엔 집에 데려다 준다..’심쿵’(일간스포츠)
‘심쿵한다’는 제목을 보니 제 심장도 쿵쾅거리는군요.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둘째는 인터넷 시대의 절대 강자들도 이들 연예인을 앞세워 이제 막 초창기인 모바일 방송 영역에 숟가락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네이버의 모바일 동영상 생방송 앱 ‘V’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포털 절대 강자인 네이버가 모바일에서만큼은 카카오나 페이스북 등 새로운 도전자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영향력은 여전히 막대하죠. 마찬가지로 (다음을 지운?) 카카오의 다음팟TV는 MBC에서 진행하는 MCN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영상 분야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을 빼앗기 위해 지상파 포함 8개사와 계약을 맺기도 했죠.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CJ E&M 등 총 8개 방송사의 온라인 광고를 집행하는 스마트미디어랩(SMR)이 지난해 12월 구글의 유튜브에 해당 방송사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포털들과 손을 잡았다. 당시 유튜브에 밀리던 두 포털업체는 영상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광고 선택권과 광고 수수료를 SMR에 유리하게 협상했다.” – VOD·동영상마다 따라붙는 광고… 시청자는 불만, 정부는 팔짱(한국일보)
두 요인은 대도서관, 양띵 등 기존 유튜브 스타들이 모여 채널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연예인 마케팅한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결국 일회성 이벤트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러한 업체들이 신규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연예인들을 대거 배치하며 이용자를 끌어 당기는 전략을 세우는 건 일반적이죠.
더 큰 문제점은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거라는 점입니다. 연예인, PD, 플랫폼 등 매스미디어 영역의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 모바일 규격의 방송 플래폼으로 안착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TV가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연예 제작사 미스틱엔터테인머트와 손잡고 1인 미디어 시대에 신흥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Multi Channel Networks)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 아프리카TV-윤종신 ‘맞손’…신흥 MCN 시장 ‘출사표'(뉴스1)
“<신서유기>에 방송가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프로그램, 프로그램은 있는데 방송국이 없다. 예고편과 제작발표회 동영상만으로도 이미 총 재생 수 400만을 넘긴 기대작이지만 시청자들은 <신서유기>를 TV에서 볼 수 없다. CJ E&M은 <신서유기>를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인터넷으로만 공개할 예정이다.” – 방송가 시선이 ‘신서유기’에 몰리는 이유
가수 윤종신은 아프리카TV의 손을 잡았습니다. 나영석 PD가 제작하고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 등 쟁쟁한 예능인들이 출연하는 신서유기는 네이버 TV캐스트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스타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MCN 관련 스타트업이 시장에 막 자리를 잡으려는 시점에 주요 플레이어들이 아예 시장을 가져가겠다고 선포한 셈입니다.
해외에서도 그렇잖아?
물론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디즈니, 드림웍스, 비아콤, 타임워너 등 메이저 미디어들이 MCN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식으로 기존 사업자들이 MCN에 진출하고 있죠.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네이버나 카카오 등 기존 IT 서비스 기업이 직접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 뒤를 연예인이 뒷받침하고 있죠.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군이 ‘모바일 골목상권 침해, 대안은?’라는 글에서 시장의 크기에 대한 내용을 잘 정리했는데요.
“5000만 명. 인구를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은 작은 시장입니다. 13억 중국이나 3억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죠. 이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되는 기준 수치 역시 다릅니다. 보통 해외에서는 1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때 이용자에게 주목 받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경우 보통 10만 다운로드만 기록해도 이슈가 됩니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가 가져오는 결과는 어마무시합니다. 주목받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이나 미국에서는 잘 나가는 모바일 서비스를 베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기존 서비스에 적응된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만약 베낀다고 해도,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각각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해외의 경우 매스미디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영역만을 차지하더라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인구 규모를 갖춘 반면, 전체 인구가 5000만 명밖에 안되는 우리나라에서 투자대비수익(ROI)이 나오는 사업을 하려면 업계 1위 혹은 2위가 돼야 가능합니다.
결국 국내 MCN 플레이어들은 대형 플랫폼, 연예인과 같은 주요 플레이어들과 모두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물론, 대도서관, 양띵 등의 유튜브 스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MCN에 속하게 됐을 때에도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활동할 때 월마다 벌어들이는 돈이 2000만~3000만 원에 달합니다. MCN에 합류한 이유는 더 큰 수익을 위한 시장을 보장 받겠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과연 이들의 수익을 보장하며 기업 운영의 차원에서 ROI가 나올 수 있도록 경영할 수 있을까요. 결국, 앞서 언급했듯 두 가지 장벽을 이겨내야 합니다. 아니면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겠죠.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5월 말 출범하고 4개월만에 폐쇄된 쿠TV(KooTV)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영상 소비 패러다임은 텔레비전에서 벗어나 모바일로 향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MCN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플랫폼 기업, 연예인들의 진출도 가시화됐습니다. 이러한 격변기에서 MCN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관론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진단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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